[2014.07.29]섹스

2014.07.30 00:27

최한철 조회 수:516

1.
지난 일기들을 몇 개 훑어보다 유독 연애에 관련해서 쓴 글들만 조회수가 2배 이상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냥 제목을 섹스라고 하면 얼마나 조회수가 오르는지 궁금해서 그렇게 해봤다. 누군지도 모르는 내 블로그의 독자들의 음란성을 시험해볼 장난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날 침대 밑에 숨겨두었던 잡지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걸 발견한 사춘기 소년마냥 흠칫할 필요는 없다. 내 블로그는 페이스북이나 싸이월드와는 달리 굉장히 투박해서 누가, 언제, 몇 회 방문을 했고, 무슨 글을 조회했는지 따위 정보를 저장하지 않는다. (못한다)

남성은 하루 19회 섹스에 대해 생각하고 여성은 하루 10회 섹스에 대해 생각한다고 한다. 섹스란 달콤한 종기와도 같이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히고 속박하면서도 달콤한, 뗄래야 떼어낼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의 행동 중 얼마나 많은 어리석음이 이에 연유하는지 모른다. 얼마 전 일어났던 사장 부인과 트레이더의 불륜 사건도 그 예 중 하나일 것이다.

아직 두 문단밖에 적지 않았는데도 벌써 제목을 섹스라고 붙인 것에 대해 후회하기 시작했다. '사랑'이라고 제목을 달고 위의 글의 섹스란 단어를 사랑으로 치환해도 딱히 부자연스럽지는 않다.

[남성은 하루 19회 사랑에 대해 생각하고 여성은 하루 10회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고 한다. 사랑이란 달콤한 종기와도 같이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히고 속박하면서도 달콤한, 뗄래야 떼어낼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의 행동 중 얼마나 많은 어리석음이 이에 연유하는지 모른다. 얼마 전 일어났던 사장 부인과 트레이더의 불륜 사건도 그 예 중 하나일 것이다.]

오히려 뭔가 로맨틱하기까지 하다. 괜히 장난기에 섹스란 제목을 붙이니 에로일기가 되어가고 있다. 외설과 낭만은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닐까.
에로에로열매


2.
아마 나의 의식은 거부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요즘 내가 굉장히 외롭긴 외롭나 보다. 간밤에 박지원의 열녀전 생각을 하면서, 독수공방할 때 동전을 굴려 외로움을 이겨내었다는데 대체 뭘까? 도.. 동전을 대.. 대체 어떻게 굴렸다는 거지? 따위 생각을 하다, 데이트란 걸 해 본지도 1년이 훌쩍 넘어간다는 걸 깨달았다. 시카고에서 소개팅 제의도 몇 번 들어오긴 했다. 그러나 연애는 여러번 해 봤지만 소개팅이나 미팅 경험은 전무한 내가 굳이 그 뻘줌함과 어색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여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언제 다른 도시로 떠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미 소중한 추억이 많이 있는 시카고에 굳이 무리하게 급조한 새로운 기억을 덧칠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이제까지 원나잇이나 매춘은 해본 적이 없다. (물론 술에 취해 문턱에서 정신이 들어 황급히 집에 가버린 적은 있다) 머릿 속은 온갖 음탕한 생각들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그러지 않는 이유는 딱히 도덕적이어서가 아니라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첫번째는 내가 묘한 선민의식이 있어, 그냥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성욕 풀 듯 그렇게 해 버리면 나도 평범해질 것 같은 그런, 좀 이게 왜 자존심과 관련있는지 모르겠어서 묘하게 병신같지만 여튼 자존심이 상하는 면이 있다. 두번째는, 이제 내일 모레 서른인데 아직 어울리지 않는 소녀감성이 있는지, 운명처럼 언젠가 내 평생의 배우자를 만날 거라는 희망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데, 원나잇이나 매춘 등의 사랑없는 섹스라는 선을 넘어버리면 그 소망이 파!괴!될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 여자 저 여자 많이 만나고 다니는 남자가 자기한테 꼭 맞는 여자를 찾을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나는 그보다는 사람은 결국 본인과 똑같이 행동해온 결혼 상대를 만난다는 말을 믿고 있다.

물론 내가 그러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사람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매춘이야 좀더 복잡한 문제지만, 원나잇은 도덕의 문제라기보다는 성적 자유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미혼의 솔로라면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의 문제이지 남이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다. (이런 문장을 마지막에 붙여두지 않으면 곤란하다. 이제 나이가 많아지면서 내 주위에도 '성적 자유도'가 높아지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말 잘못했다간 큰일 난다. 물론 이 정도 글에 기분 꽁해질 정도의 소인배가 내 주위에 있을까 싶긴 하지만) 애초에 도덕 문제라고 하더라도 내가 굳이 남에 대해 판단할만큼 스스로 딱히 완벽히 도덕적인 사람도 아니기도 하다.


3.
그러나 모든 일에는 선이란 것이 있다. 동전드립과 같은 언어유희가 허용가능한 범위의 음담패설이라면, 특정인을 지칭해서 하는 음담패설은 허용불가능한 성희롱이 되듯이, 사랑없는 성욕을 푸는 행위에도 넘지 않아야할 선이 있다. 내가 아무리 성적 자유도가 높은 지인이 있다해도 마지노선으로 삼는 기준은 결혼 여부다. 물론 미혼일 때도, 양다리를 걸치고 바람을 피고 원나잇을 하고 매춘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굳이 그 사람을 새로이 내 벗삼지는 않겠지만, 만일 나의 오랜 지기가 그렇게 행동한다면 그 친구에게 욕은 하더라도 인연을 끊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가정이 있고 배우자와 자식이 있는 자가, 룸살롱, 단란주점에 가서 접대부들 가슴을 주무르고, 노래방을 가서 노래방 도우미와 2차를 나가고, 오피스 허즈번드, 오피스 와이프 등 역겨운 말같잖은 신조어를 만들어 내서 육체적은 물론 정신적 불륜을 저지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쓰레기짓이며 그런 자는 설령 10년 지기라도 두번 다시 보지 않을 것이다. 물론 한국 사회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룸살롱같은 곳에 아예 가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당연히, 단순히 착석해서만 있는 것은 더러운 사회에서 불가피할 수도 있지만, 직접 접촉을 하고 2차 나가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러한 부분에서 타협은 없다. 나의 지인이면 상종을 안할 것이고, 나의 벗이라면 연을 끊을 것이다.


4.
룸살롱 이야기가 나왔는데, 뉴욕에서 일하다 서울로 간 금융계 친구 하나가 간지 얼마 안되어 퇴사했다고 한다. 순수하고 착한 친구였는데, 회사 문화도 문화였지만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것은 그런 룸살롱식의 접대 문화였다고 들었다. 나는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그렇게 집단으로 발정난 개새끼들마냥 비즈니스를 룸살롱에서 여성 매춘부를 끼고 한단 말인가? 자존심과 자존감이 어떻게 그렇게 집단으로 바닥인지 모르겠다. 물론 내 친구들도 한국 금융계에 많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은 걸 안다. 내가 욕하는 건 그렇게 상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동석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2차까지 나가고 더럽게 구는 인간들과, 이 전체적인 문화에 대한 책임이 있으면서도 이를 바꾸려는 인식조차 없는 금융 기득권 층이다.

그게 아닌 신입 사원이나 나의 동기 층에 대해 내가 이렇게 함부로 말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럽다. 정작 만약 내가 그렇게 힘들게 노력해서 잡은 회사에서 그런 것을 요구한다면 나는 그걸 뿌리칠 수 있을까? 그 그만둔 친구는 본인의 소신이 뚜렷하여 그런 용감한 결정을 했지만, 나는 과연 그렇게 사직서를 던지고 나올 수 있을까, 아니면 조금씩 환경에 타협하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 그런 타락한 중년의 상으로 서서히 변해갈까? 나는 아마 본질적으로 후자의 성향을 가진 인간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룸살롱을 드나드는 한국의 금융인들에 대한 나의 분노는 종이 한 장 차이로 자기혐오의 성격을 띈 것일지도 모른다.

작년에 나도 한창 힘들 시기에 한국으로 이직도 생각했었다. 경력 3년차라고 해서 연락왔다가 아직 서른도 안되는 걸 알자마자 사람을 막 대하는 것을 겪고, 아무리 힘들어도 여기에서 버티고 버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갑이 아닌, 나이가 상관없을 정도로 초갑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모를까, 이 상태로 을로 이직해서는 그저 기존의 체제에 편입되어버릴 뿐이고 그러면 내 성질머리상 고분고분하게 버텨낼 재간이 없다. 그렇기에 한편으로는 그런 룸살롱 문화나, 능력보다 연공서열 위주의 제도와 인식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 기득권 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한국 금융계가 언젠가 변화할 것을 믿고 신입사원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열심히 일하며 최선을 다하는, 뉴욕대나 외고 출신의 여러 금융계 친구들이 대단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나처럼 외부인으로서 대안없는 비판을 하며 고고하게 굴기란 너무 쉽고 가벼운 일이다. 그러나 그 문제를 - 그것도 체제와 제도, 문화 자체가 얽혀 있는 거대한 문제를 - 정면으로 마주하고 전진해 나가기란 보통의 의지로 가능한 문제는 아닌 법이다.


5.
아아, 섹스라는 제목으로 한껏 어그로를 끌어놓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 나는 이렇게 또 모난 돌처럼 적을 만든다. 매춘하는 사람들을 욕함으로써 우리 나라 남성의 50%와 여성 20%를 불쾌하게 하는, 원나잇을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뉘앙스를 비침으로써 우리 나라 남성의 58%와 여성의 37%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룸살롱 다니는 금융인들을 비판함으로써 내가 마주해야할 대다수 동종업계 사람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글을 썼다. 사회가 병신같은 건지 내가 병신같은 건지.


6.
한 가지 웃긴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오래 전에 한국에 가끔 들어갈 때마다 나는 할머니 휴대폰을 사용했다. 017-xxx-2474라는 번호였는데, 그 다음 여름 방학때 한국에 들어갔더니 할머니께 새 좋은 폰을 사드리면서 번호도 010으로 옮긴 모양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는 외고 선배분께 "이거 너 아니지?"라는 소리를 들어 들여다 보니, 그 017-xxx-2474 폰으로 등록된 카카오톡이 벗은 여자 사진으로 도배된 채 성매매 알선 카톡으로 바뀌어 있는 것이다. 아마 그 이후에 그 폰번호를 인수한 사람이 아닐까 싶은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름이 하필 최 실장이었다. 물론 나야 언제나 외국에 나와 있는 걸 사람들이 아니까 오해는 피했지만, 생각보다 그런 사회의 그림자는 우리 가까이 있는게 아닌가 싶다.


7.
최 실장 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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