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0]남녀

2014.10.21 02:31

최한철 조회 수:323

나는 남자로 태어났기도 하고 부모님도 남녀차별을 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영향을 덜 받았지만, 일반적인 한국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남자/여자니까 어때야 한다'는 태도는 잠재 의식 속에서 생각보다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언젠가 부모가 되어 아들과 딸을 낳게 되면 절대로 '남자애는' 혹은 '여자애는' 이래야 한다는 식의 말은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21세기의 한국은 이미 제도적으로는 성차별적인 요소가 많이 줄어들었을 뿐더러, 오히려 박원순 서울 시장과 같은 포퓰리스트들로 인해 여성전용칸, 여성전용 주차장, 여성 할당제 등 제도는 이미 역차별의 구간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나라 성평등지수가 낮은 결정적 이유는 의식적 변화가 제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그렇지 않나 싶다. 나 또한 성평등이라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에 생활하다 보면 '사내놈이' 등의 발언이나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그만큼 의식적으로 단순히 '알고 있는' 것을 넘어서 무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그리고 무의식까지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개인 차원에서의 결심뿐만이 아닌, 가정과 사회 차원에서의 변화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렇기에 제대로 된 페미니스트라면 여성전용 주차장과 같은, 여성을 장애인 취급하는 정책들에 대해 의연히 반대하고 위와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 신경을 써야만 한다. 그러나 여성부를 위시한 한국의 사이비 페미니스트들은 평등에 대한 철학따위 없는 단순한 기형화된 이익집단으로만 기능하고 있으며, 그러면서 남녀차별은 각자의 면에서 심화된다.

제도적인 개선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반적 의식의 미달로 인해 사회적 약자로 머물러야만 하는 여성들은 점점 기회주의적이 된다. 단지 제도가 평등해졌다는 이유만으로 인해,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더딤은 이제 본인들의 탓으로 돌려지게 되었으며, 이전에는 여성의 사회적 차별의 반대급부였던 부분들마저 작게는 더치페이를 비롯해 혼인 제도에서도 '평등'을 요구받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에서 여성들, 사회적 약자가 점점 계산적이 되고 기회주의적이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회주의적이라 함은 곧 돈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성들은 남성대로, 제도적인 역차별로 인해 오는 남성들의 손해는 미미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저성장 고실업의 현 세대에서 더이상 과거의 남성상을 충족하는 게 불가능해져 버린 현실에 대한 불만을 분출할 창구를 원한다.

여기에 기득권 정치꾼들이나 언론의 시청률 잡기 등의 이해 관계가 얽히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미디어가 조금만 가세하여 생각없는 몇몇 여성들의 '군대 그거 남들 다 갔다오는 건데 징징대는게 이해안되요' 등의 편집을 더하고, 군 가산점 논쟁 등에 불씨를 조금 심기만 하면 국론이 분열되고 남녀 갈등이 촉발하여 '김치녀, 된장녀' 등의 용어까지 난무하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러한 과정에서 이미 논점은 흐려지고 우리들은 분노만 키운 채 쳇바퀴 돌 듯 정체되어 있게 되고야 마는 것이다.

댓글 0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시카고 재직 시절 블로그 글입니다 최한철 2016.04.21 57
141 [2014.11.01]시카고 생활의 끝 최한철 2014.11.02 504
» [2014.10.20]남녀 최한철 2014.10.21 323
139 [2014.10.12]두리안 최한철 2014.10.12 248
138 [2014.10.12]한계 최한철 2014.10.12 209
137 [2014.09.25]시카고를 떠나며 최한철 2014.09.25 319
136 [2014.09.22]잠 못 이루는 밤, 시카고에서의 막바지 최한철 2014.09.22 281
135 [2014.09.18]명심 3금 secret 최한철 2014.09.19 7
134 [2014.09.12]아침 최한철 2014.09.12 245
133 [2014.09.02]순응 최한철 2014.09.03 184
132 [2014.08.26]서른 최한철 2014.08.27 247
131 [2014.08.26]꿈 II secret 최한철 2014.08.27 5
130 [2014.08.19]무제 최한철 2014.08.20 188
129 [2014.08.12]조원준 최한철 2014.08.13 216
128 [2014.08.06]인맥 최한철 2014.08.04 289
127 [2014.07.31]나의 부모님 최한철 2014.08.01 272
126 [2014.07.31]어둠 최한철 2014.07.31 191
125 [2014.07.30]WPO 최한철 2014.07.31 241
124 [2014.07.29]섹스 최한철 2014.07.30 508
123 [2014.07.28]꿈 secret 최한철 2014.07.2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