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18]나의 실패 II

2016.02.18 18:49

최한철 조회 수:219

요즘 다시 학부 공부를 독학으로 하고 있다.
인생 플랜을 고등학교 때부터 짜 놓은 것은 이점도 있었지만,
매 순간을 너무나 목표지향적으로 보냈다는 부작용을 낳았다.

APU에 있을 때, 홍콩과 미국에 가는 것만 생각했고, 뉴욕에 있을 때, 취직되는 것만 생각했다.
그 목표들을 위해서는 학점이 중요했고, 일부러 쉬운 수업들을 골라 들었다.
취직이 되고 나서는, 더 이상 수업에 신경을 쓰지 않았고 평점은 4학년 때 크게 내려갔다.
내 20대의 부분 부분들에서 나는 다음 목표를 성취하는 것에만 집착했지,
그 과정을 소중하게 여기고 본질적인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나는 것에는 소홀했다.
그 많은 부분들이 모여서 현재의 나를 이루고 있다.
경력은 괜찮지만 머리에 든 것은 2학년 학부생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사상누각이다.

트레이딩을 함에 있어 목표 수익이 20%일 경우,
이를 달성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낮은 리스크로 연 20%를 낼 수 있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정말 꾸준히 노력하고 기본기를 쌓아서, 연 10%를 리스크하고 20%를 내면 된다.
그런데 꾸준히 노력하거나 기본기를 쌓지도 않은 트레이더가 20%를 목표로 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레버리지를 올리는 것이다.
연 10%를 리스크해서 연 10%밖에 올리지 못하는 트레이더라면, 레버리지를 두 배로 사용하여
연 20%를 리스크해서 연 20%를 올릴 수 있다.
다만 이 트레이더의 수익률은 크게 요동치며, 큰 손실을 잃기도 하고, 마음 고생이 심할 것이다.

이 후자의 트레이더가 20대의 나였다.
나는 이제까지 내 나름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이후 일본, 홍콩, 북경, KCTC, 레바논 파병, 뉴욕, 시카고, 보스턴, 홍콩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들을 겪고, 많은 마음 고생들을 해 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은연 중에 이러한 것들에 대한 사소한 자부심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깨닫는다.
본질적인 실력을 기르는데 소홀하고, 과정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 자가,
목표는 저 위에 있어서 자꾸만 이에 닿으려고 하니 필연적으로 고생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고.

20대의 많은 날들을 허비했다.
조금이라도 다음 목표를 달성했다싶으면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고, 술을 마시고, 시간 낭비를 했다.
그런데 그 부분 부분들에 있어 내가 이런 후회를 이전에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분명 중간 중간에 후회들과 자잘한 깨달음은 있었다. 동기를 부여받는 계기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얼마 안가 또 작은 성취가 있으면 금방 무너져버렸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후회도 아마 그런 종류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이는 나라는 인간의 타고난 본성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결혼을 하였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항상 곁에 있으면서 조언을 해주고 지켜봐 준다는 것은,
자기자신이 절제할 수 없는 부분들에 있어 크나큰 도움을 준다.
특히나 청소년이 받는, 종종 반감을 가지기도하는 부모의 통제와 같은 종류가 아니라,
지금의 내 와이프처럼 현명하고 부드럽게 내가 가야할 길을 되새겨주는 도움은 내게 정말 큰 힘이다.

이제 나의 20대를 지우고 새로 시작해보려 한다.
내가 트레이더였다, 헤지 펀드 매니저였다라는 자존심도 버리고,
사회 초년생의 마음 가짐으로 한발짝 물러나, 내가 지금 배워야할 것들을 배울 생각이다.
100세 시대에서, 앞으로 1~2년의 후퇴가 큰 전진을 이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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