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7]다음 계획

2016.02.27 19:03

최한철 조회 수:190

요즘 자존감이 낮아진 채로 후회만 하고 있다.
20세부터 30세까지 계속 잘못 살아왔다는 생각만이 맴돈다.
한참 27, 28세 때, 트레이더로서 에고가 한창 높을 때,
학교 후배들에게 커리어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계획이라고 역설하던 나 자신이 한없이 창피하다.
20대의 나는 광대였다.

다음 달에는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이 펼쳐진다.
지금 나의 처지를 비유하자면,
2004년부터 프로 바둑기사가 되고 싶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고,
2011년에 드디어 프로 바둑기사가 되었고, 그렇게 수 년을 바둑을 두고 있는데,
2016년에 아직 나보다 까마득히 고수인 이세돌이 컴퓨터에게 진 것을 목격한 형국이다.
유일한 방도는 프로 바둑기사에서, 알파고를 만드는 제작자로 전향하는 것인데,
그러기에는 이제까지 공부해온, 전공해온 것들이 하나도 도움이 안되는 실정이다.
현재 상황을 생각하면 지난 5년이 후회되고, 앞으로의 상황을 생각하면 지난 12년이 후회된다.

사실 돌이켜보면 시그널은 언제든 있어 왔다.
다만 내가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주위를 둘러보려하지 않고 자존심과 아집만 부려 왔다.
내실없는 성공에, 직함에, 겉치장에 자만한 채 있다가 인생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크게 얻어맞고서야 알았다.
기술에 대한 지식없이, 실력도 없이 감으로 트레이딩하고 정치만 하는 부류의 중년 트레이더들을 보며,
나는 절대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생각했었는데, 어느 새 나도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었다.
원준이가 무슨 벌써 교육학이냐, 금융부터 대가부터 되고 나서 다른 공부를 하라고 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때 한 순간 깨닫는 것이 있었으면서도, 그로부터 또 1년을 허비했다.

어찌되었든 지난 일은 지난 일이고, 앞으로의 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세상에 버릴 시간은 한 순간도 없다..고 자기위안 삼아 되뇌어 본다.
100세 시대인데, 10년 정도 잘못 걸었다고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초심으로 돌아가서, 기본부터 차근차근 해 나가기로 했다.
그 첫 단추는, 재교육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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