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두 세계의 모호한 경계에 서 있다. 첫사랑에 빠진 어느 스무살 청년처럼, 정신과 육체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 나를 둘러싼 세상의 흐름을 느끼고 기억하려 하고 있다.

한쪽이 아우성친다. 지나치게 현학적이라고. 찌질하고 궁상맞다고. 좀더 쿨해지라고. 자신에게 조금 더 솔직해지라고.

다른쪽이 맞받아친다. 지나치게 속물적이라고. 표면적이고 천박하다고. 좀더 사색해보라고. 자신에게 조금 더 진지해지라고.

그 어느쪽도 이성의 영역에 속하진 않는다. 이는 순전히 감성의 문제이다. 분열된 것은 자아뿐만이 아니라 내 주변의 세계 또한 그러하다. 인간관계, 그리고 삶. 그리고 그것이 정녕 나를 정신 없게 만든다. 바로 그 사람들이 나를 들볶는다.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맺으며 인생을 살아가고, 필연적으로 크던 작던 남의 시선과 생각을 의식하며 살아간다. 그리하여 이렇게 상대적으로 많은 다수에게 공개되있는 공간에서 자신의 실명을 내걸 때는 당연히 남의 시선을 의식하여 글을 쓴다. 즉 남의 눈으로 자신을 비추는 것이다.

나 또한 이제까지 그래왔고 세월이 흐르며 조금씩 개선되긴 하였지만 그래도 남으로부터 나를 가리는 위선의 베일은 어느정도 계속 남아 있다. 결국 이를 완전히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기자신의 '인간성', 그리고 '인간됨'을 인정하는 길 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 그런 후에야 자기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이는 자아에 대한 관조를 가능하게 한다.

사회에서 죄악시까지는 하지 않지만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나태, 성욕, 공명심, 탐욕 등
이러한 것들이 내 안에 내재함을 인정하고 인간으로서 가질 수 밖에 없는, 당연한 악의 씨앗들을 소유하고 있음에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이러한 것들에게서 비롯된 지난 일들이 자신의 '인간임'에서 비롯된 악임을 인정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그에 대해 참회할 수 있고 향후 극복할 수 있는 듯 하다.

헤르만 헤세의 말이 옳다.
"정신이 오싹해지는 격류와 뒤얽힘 속에 몸을 맡겨서 죄악을 범하고 그 쓰디쓴 결과를 짊어진다는 것은, 결국 보다 용감하고 더 위대한 것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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