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7.24]학벌주의

2007.07.24 23:54

최한철 조회 수:705

요즘 학벌 위조에 대해 뉴스에서 한껏 떠든다.

어느 사회건 학벌주의가 완전히 없진 않고 그게 바람직하지도 않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학벌주의 비판하는 사람들 꼭 외국 예를 드는데, 실제로 미국은 학벌주의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다. 맥킨지같은 일류기업들은 아예 지정한 대학에서만 이력서 받고, IB쪽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 부류의 기업들은 아이비리그급 아니면 원서통과도 힘들다.

하지만 왜 거기선 사회문제가 되지 않는가? 왜냐하면 학벌=능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교육에서 대학 교육에 이르기까지의 부분에 있어, '학벌이 좋아' 그 사람이 능력있다고 무턱대고 믿는게 아니고, '학벌이 좋은 사람들이 대부분 능력이 좋기'때문에 믿는 것이다.

근데 우리 사회는 어떤가? 고등학교 때 독하게 내신암기만 해서 좋은 대학들어갔다고, 내신보단 폭넓은 책 많이 읽고 대인관계 좋고 사고력풍부한 사람보다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단지 그것뿐이라면 다행이지만, 넘치는 사교육 때문에 부의 대물림 현상까지 일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요컨대, 미국은 '정말로' 능력 있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학벌도 좋게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학벌주의가 문제시 되지 않지만, 한국은 학부모들 치맛바람에 돈으로 바르고 암기위주 공부 독하게 하고 심지어 대회 상들도 돈으로 산 아이들이 학벌을 좋게 가지기 때문에 학벌주의가 문제시되는 게 아닐까.

학벌=능력 이란 공식이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적어도 능력있는 사람이 학벌이 좀 낮다고 인해서 능력없이 학벌만 높은 사람에 의해 길이 막혀선 아니된다. 그런데 이것도 우리사회에선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학벌위조도 하고 그러지 않겠는가.

이 모든 원인은 어디에 있나? 교육 정책에 있나? 학부모들에게 있나? 대학에 있나?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이들은 모두 서로서로를 욕하지만 알고보면 모두 뒤얽혀 돌아가는 수레바퀴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대학에 모든 자율권을 주고, 대학은 투명하게 좋은 학생들을 뽑아야 한다. 하지만 알다시피 특히 사립 재단들은 말이 많다. 대학에서 온갖 비리가 있는데, 어떻게 대학에 자율권을 주겠는가? 교육부는 교육부대로 온갖 이익집단에 영향받아 뒤틀어진 정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정부기관이니 어쩌겠는가. 학부모들은 죽어라 아이들 과외, 학원으로 내몬다.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나라가 신용 사회로서 정착하지 못한 데에 있다. 학부모는 공교육을 못 믿고, 교육부는 대학을 못 믿고, 대학은 정책을 못 믿는다. 현재 시점에서 대안은 정부가 대학에 모든 자율권을 주는대신, 대학은 모든 걸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미국대학들은 공개조차 하지 않지만 그건 신용사회로서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고, 우리나라는 공개가 필요하다. 이것이 첫걸음이다. 그 다음은 공교육의 획기적인 개선이다. 공교육이 개선되려면 일단 수정되어야 할것은 대입 방법이다. 서울대 폐지론 등 학벌주의 자체를 없애자는 건 말도 안되는 비현실적인 소리이고, 대학입시 방법을 기존의 내신 수능 위주에서 미국처럼 다채롭게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미친듯이 공부만 하는 인간상을 선호하는게 아닌, 부활동 스포츠도 열심히 하고 대인관계도 좋은 학생상이 좋은 대학 갈수 있도록,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해야 하고 그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날이 언제쯤 오려나. 우리 고등학생들에게 학창 시절이 '지옥'이 아닌 평생 두고 남을 추억의 시간들로 메워질 날은 언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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