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26]22세의 나

2007.12.26 21:31

최한철 조회 수:392

19세의 나는 실제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였고 이런저런 추악한 뉴스거리는 그야말로 예외적인 일이기 때문에 뉴스거리가 된다고 믿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여러 종류의 순진무구한 정의감에 사로잡혀 자신에게 어느정도그런 일들을 고쳐나갈 의무가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마저 하였었고, 본인이 앞으로 걸을 길이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마지막엔 달콤한 열매가 있을 것이라는 영웅심리와 전형적 해피엔딩이 결합된 비현실적인 청사진을 머리 속에 그리고 있었다.

22세의 나는 22세의 나 자신이 아직 많이 어리석다는 것을 깨달을 만큼 현명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19세의 내가 어리석었다는 것을 자각할 정도의 약간의 진보는 하였다. 이런저런 추악한 뉴스거리들이 예외가 아니라, 정말로 많은 추악한 일들이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빙산의 일각처럼 조금 조금씩 수면위로 떠올라 뉴스거리가 되는 것 뿐임을 알고 있다. 22세의 나는 많은 것에 대해 회의하고 있다. 신에 대해 회의하고 인간에 대해 회의하고 사랑에 대해 회의한다. 더이상 조악한 영웅심리라던가 사명이니 뭐니 노블레스 오블리제 등의 우월주의 등은 품고 있지 않고 한 개인의 무력함과 어리석음 정도는 직관적으로 느끼고 있긴 있으나 그래도 20대의 누구나 그렇듯이 아직도 자신의 어딘가는 특별하다고 믿고 싶은 구석은 간직하고 있다.

17세의 나, 18세의 나, 그리고 19세의 나는 분명 결함이 많은 인간이었고, 지적으로도 멍청하고 인간적으로도 모자람이 많았으나 적어도 일정 부분의 순수와 양심은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22세의 나는 이러한 어린 시절의 내가 어리석었다고 조소를 할 만큼 세상의 때가 묻었다고 본인은 생각하고 있다. 아마도 25세의 내가 바라보면 이러한 사실을 지각하는 것 자체가 어느 깊은 곳에 순수와 최소한의 양심은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준다고 22세의 나를 위안해주면서 25세의 나 본인은 풀이 죽을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인간은 참 재미있는 동물이란 생각이 든다.

댓글 0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대학 초년시절 블로그 글입니다 최한철 2016.04.21 44
454 [2008.1.13]입대 전야 최한철 2008.01.13 394
453 [2008.1.13]가족 최한철 2008.01.13 398
452 [2008.1.11]외고 최한철 2008.01.11 486
451 [2008.1.9]나날 최한철 2008.01.09 435
450 [2008.1.9]감정 II 최한철 2008.01.09 402
449 [2008.1.9]감정 최한철 2008.01.09 412
448 [2007.12.29]사랑 secret 최한철 2007.12.29 31
447 [2007.12.28]시 최한철 2007.12.28 456
» [2007.12.26]22세의 나 최한철 2007.12.26 392
445 [2007.12.26]덧없음 II 최한철 2007.12.26 103
444 [2007.12.21]세상사 최한철 2007.12.22 423
443 [2007.12.19]1월 14일 군대 입영 최한철 2007.12.20 384
442 [2007.12.17]시험 끝 최한철 2007.12.18 374
441 [2007.12.14]학벌주의 최한철 2007.12.15 357
440 [2007.12.12]울분 file 최한철 2007.12.13 349
439 [2007.12.12]립스 최한철 2007.12.13 383
438 [2007.12.9]별 최한철 2007.12.10 90
437 [2007.12.6]지난 일기들 최한철 2007.12.07 372
436 [2007.12.5]책책책 최한철 2007.12.05 429
435 [2007.12.4]풍요로운 삶 최한철 2007.12.04 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