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입덧이 너무 심해 장모님이 오셨다가 가실 때 같이 귀국하여서, 나는 한달 남짓의 자유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 시간이 얼마나 값진 시간이었는지는 지금에야 알지만 당시엔 몰랐다...


어찌되었든 어느 정도 몸을 추스려 돌아오긴 했지만 그래도 45kg 정도였다. 예전처럼 물만 마셔도 토하진 않았지만 만성적인 소화불량에 구토도 가끔씩은 했다.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입덧이 심한 산모일수록 유산율이 낮다는 것이었다. 입덧은 두 가지 기능은 있는데, 첫번째는 안좋은 음식을 멀리하도록 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태아에게 지나친 자극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많은 산모와 예비 아빠들이 임신 중에 지나치게 태교에 대한 의욕이 넘친다. 그리고 그것을 장려하는 상술 놀음도 많고, 속설들도 많다. 예를 들어 베토벤을 틀면 지능이 높아진다던가, 확성기처럼 꼬깔을 만들어 이야기해줘야한다던가. 그러나 무엇하나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들은 없다.


오히려 정확한 뇌과학에 따르면, 임신 중기까지는 어떠한 태교도 해서는 안된다. 그 시기의 태아의 뇌는 고요한, 자극이 없는 상태가 제공되어야 최적으로 자랄 수 있다. 나도 이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와이프가 한국 가 있는 바람에 나의 과도한 의욕을 표출하지 못하게 되어서 본의아니게 자극을 주지 못해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태교는 임신 중기를 지나서 조금씩 시작하면 되는데, 우리도 그렇게 했다. 별다른 건 없고, 아기가 배를 엄청나게 많이 차는 편이었는데, 콕콕 물리적으로 눌러준다던가 아니면 밤에 내가 말걸어주는 정도를 했다.


임신 중기에 입덧이 나아지자 또 생긴 문제는 조산기였다. 한번은 와이프가 맨하탄에 나갔다가 졸도할 번 해서 내가 데리고 집에 온 적이 있었다. 그 때 한창 배가 자주 뭉쳤는데, 배뭉침이 너무 잦으면 조산 위험이 있다고 했다. 자궁 경부 길이는 3cm로, 2.5cm 미만이 되면 본격적으로 조산 위험 수준이기 때문에 그 때부터 많이 누워 있었다. 이 당시가 나로서는 상당히 지치는 기간이었는데, 밥 차리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회사도 다니고 하면서 입안도 많이 헐었다. 그런데 조산에 대한 정보를 알면 알수록 아기가 일찍 나오면 안 좋은 점이 너무나 많아서, 와이프를 절대 못 움직이게 했다. 그런데 와이프는 또 활동성이 좋은 편이라 가만히 있질 못하고 집을 치우려 든 적도 있어, 종종 다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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