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01]임신이야기 6 - 출산

2018.09.02 12:50

최한철 조회 수:50

출산 며칠 전, 나는 기괴한 꿈을 꿨다. 와이프가 건강이 안좋다고 해서 내 배를 갈라서 복덩이를 내 배에 넣었다. 그렇게 하루 생활하는데 갑자기 급 진통이 와서, 빨리 출산해야한다고 내 배를 갈라 꺼내서 와이프에게 다시 넣었다. 그런데 내 배를 가를 때 살이 자꾸 붙어서 칼로 계속 내 배를 도려내야 했다. 그러고 나서 출산하러 병원에 가는데 아, 괜히 넣다뺏다해서 와이프 이제 제왕절개해야하는구나 하고 걱정을 했다. 이상한 꿈이었다. 와이프는 그 얘기를 듣고 나도 내색은 않지만 출산에 관한 걱정을 하고 있구나 싶어서 무척 좋았다고 한다. 산모들은 임신과 출산의 여정이 모든 것들이 걱정이고 불안인데, 남편이 위로해주고 든든히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그렇게 공감하고 같이 걱정해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싶었다.


39주 후반이 되자, 와이프는 또 이제 너무 애기가 안 나올까봐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37주차 때는 하루에 10번씩 뭉치던 배가, 지금은 아예 뭉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다 40주차 후반에 와이프가 갑자기 아이스크림같은 것을 찾으면서, 이제 애기 낳으면 모유 수유하니 못 먹을 것들 지금 먹어야겠다면서, 오늘 밤에 나오면 오늘이 마지막이지 않느냐, 그랬는데 그날 밤에 정말로 뮤커스 플러그가 빠졌다. 


내색은 안했지만 그 때부터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장모님이 39주차에 와 계셔서 그 부분이 정말 듬직하고 마음이 놓이는 것이었다. 그래도 갑자기 머릿 속이 하얘지면서 뭐 해야될지를 몰라서 허둥댔다. 와이프의 출산 가방은 다 싸뒀는데, 그제서야 내 물품들을 부랴부랴 챙겼다. 밤 12시부터 와이프가 양수가 새는 것 같단다. 피도 조금씩 비쳤다. 의사 선생님께 전화를 했더니, 진통이 5분 간격으로 1분씩 지속되고, 그게 1시간 지속되면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아직은 20분 간격이었다. 


새벽 내내 와이프는 끙끙대며 아파했는데, 내가 대신 아파해줄 수도 없고 그냥 쪽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했다. 새벽 5시 정도에 선생님께 전화를 해서 피가 계속 비친다니까 병원와야겠다고 하셨다. 장모님이 운전을 하셔서 해캔색에 있는 병원까지 50분 정도 걸려서 갔다. 병원에 들어가 먼저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대기실에서 검사들을 했는데, 자궁문이 4cm 열려서 입원이 확정되었다. 출산실을 배정받아서 그곳으로 들어간 것이 아침 8시 경이었다. 


거기서 11시 정도까지 대기를 했고, 와이프는 끙끙 앓다가 무통 분만을 결정했다. 그런데 첫 마취가 제대로 안되었고, 두번째 마취를 하였는데 잘 안되서 다른 마취제를 투입하는 도중 와이프가 의식을 잃는 사태가 벌어졌고, 의사 8명이 달려오는 응급 상황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수 분 내에 깨어났는데, 나중에 와이프가 이야기하기로는 가위 눌린 것처럼 사람들 목소리는 들리는데 눈이 안떠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 때 하필 장모님과 나는 휴게실에서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 바람에, 이미 상황이 다 정리된 후 간호사가 심각하게 상황 설명하는 것을 벙찐 채로 들을 수밖에 없었다. 


알고보니 첫번째 마취를 할 때 마취전문의가 경막 하(subdural)로 잘못 찔러서 일어난 것이었다. 마취전문의는 조금 깐죽거리는 한국인 의사였는데 실력이 있었겠지만 그렇게 실수를 해놓고도 농담따먹기를 하는게 조금 화가 나긴 했다. 경막 하로 마취제가 투여되는 경우는 전체의 0.82% 정도라는데 어찌나 드문 케이스인지 관련 논문도 두 건밖에 없었다. 어찌되었든 건강하게 태어났고 이후 문제는 없었지만, 논문에서는 한번 발생하면 그곳에 재차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하니 조심해야할 부분이다. 


마취가 되고 나서 와이프는 이제야 살 것 같다면서 왜 진작에 마취를 안받았는지라며 휴식을 취했다. 나는 마취 문제 때문에 노심초사하며 저녁까지 기다렸다. 저녁 7시 경에 우리 산부인과 주치의인 조셉 정 선생님이 오셨다. 조셉 정 선생님은 뉴저지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뉴저지 한인 아이들은 다 받으셨다고 하는 명의시다. 실력도 좋으시고 사고도 없으셨고 인성도 좋아서 정말 여러 모로 이 분께 했던 것이 대만족이었다. 선생님이 보시더니, 8센치 진행되었고 밤 9시 경에는 밀기 시작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밤 9시가 되자 진통이 거의 3분 간격이 되었고, 와이프는 고통에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무통 분만이라 마취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파 죽겠다고 소리소리를 지르는데 정말 듣고 있는 나도 어떻게 해줄 수 없으니 죽을 맛이었다. 


나는 의사 선생님이 있으실 줄 알았는데, 그게 진통이 그렇게 쉽게 끝나는게 아니라서 한 시간 동안 장모님과 내가 양 다리를 잡아주고, 간호사의 지휘에 맞춰 3분마다 배가 뭉칠 때마다 힘을 줬다. 나는 도저히 아기 나오는 쪽은 못 쳐다봐서 벽만 보고 있었다. 조셉 정 선생님께서 애기가 많이 내려와 있고 해서 한 시간이면 끝날 것 같다 하셨는데, 한 시간 반이 지나도 나오지 않자 잠시 쉬었다가 11시에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 그런데 차라리 배뭉침의 고통이 있을 때 힘을 주면 덜 아픈데, 큰 헬스용 고무 공같은 것을 다리사이에 끼운채로 휴식하고 있으려니, 진통이 올 때 와이프가 아파서 미치는 것이었다. 정말 소리를 지르고 죽는다고 못하겠다고 해서 안절부절 못하고 어떻게 해 주고 싶고, 빨리 다시 미는 걸 하고 싶은데 간호사가 11시 정각에 안오고 느릿느릿하니까 미칠 맛이었다. 그래도 장모님께서 침착하게 와이프를 다독이고 할 수 있다고 해 주셔서 다행이지 나는 와이프가 고래고래 소리지르는데 뭘 어찌할지 모르겠고 긴장만 했다.


11시에 다시 밀기 시작했는데 삼십 분이 밀어도 나오지 않자, 의사 선생님께서 더 하면 산모에게도 해롭고 아기의 체온도 올라가고 있다고 진공 흡입기같은 것으로 빼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뒤로 빠지고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두 명이 붙어서 아기를 뺐다. 아기가 울면서 나오는데 그 순간 정말 형언할 수 없는 기분과 감동이... 들 줄 알았는데 솔직히 그건 아니었고 그냥 어안이 벙벙했다. 너무 긴장하고 해서 마음이 얼어붙은 느낌이었는데, 아기를 닦아서 선반 같은 곳에 올려놓으니 그때서야 실감이 났다.


정말 이뻤다. 내 자식이어서 더 그랬겠지만 너무 이뻤다. 태교할 때마다 '사랑하는 복덩이 사랑해'라는 노래를 불러주었는데, 내가 그 노래를 불러주자 정말 마법처럼 울음을 뚝 그치고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허공을 이리저리 쳐다보며 뭔가를 찾으려 했다. 손을 꼭 잡아줬다. 그때서야 뭉클한 감동이 들었다. 와이프에게는 미안하지만 의사 선생님이 와이프 뒤처리를 해 주는데 그쪽은 신경도 못 썼다. 그냥 아기에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와이프를 닮아서인지 다리가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체중은 3.29키로로, 여아 평균인 3.30키로와 거의 같은데, 키는 상위 2프로인 53센치라고 했다. 아이고 키는 아빠 안닮고 엄마 닮아서 다행이구나 생각했다. 진공 흡입기 사용으로 인해 머리가 길쭉하게 심슨즈처럼 되었는데, 그것은 나중에 알아서 자리가 잡는다고 했다. 그래도 혹시나 두뇌에 영향은 없을지 노심초사했다. 아기 낳는 건 정말 산넘어 산 걱정이구나 싶었다.


어찌되었든 그렇게 장장 17시간에 걸친 출산이 끝났다. 입원실로 넘어가자 정말 맥이 탁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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