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시간에 걸친 출산이 끝나고 밤 12시가 넘어서 입원실로 들어갔다. 그래도 해캔색 병원은 뉴저지에서 1위하는 병원이라 그런지, 간호사들도 무척 친절하고 모든 산모가 1인실을 사용했다. 둘다 거의 이틀 전 저녁 뮤커스 플러그가 빠졌을 때부터 30시간 잠을 못 잔 상황이라 기진맥진했다. 나는 극도로 피곤하기도 하면서도 아빠가 되었다는 기분이 어안이 벙벙하고 설레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누워 있었다. 조금 지나니 간호사가 아기를 데리고 들어왔다. 원래 출산 직후 엄마와 살을 맞대는게 무척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때 모유 수유를 바로 시도해야 산모도 모유가 장기적으로 잘 나오고 아기도 엄마 품이 따뜻하고 편안한 곳이라 생각되어 모유수유에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지쳐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 그래도 모성애의 힘인지 와이프는 초유를 먹였다. 다행스럽게도 초유가 무척 잘나왔는데, 간호사는 이건 모든 산모들의 꿈이라고 립서비스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좋아해줬다. 그러고 나서 기진맥진해서 아기를 신생아실로 보냈다. 보내고 나서 와이프는 잠에 빠졌는데 난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았다. 신생아실에 보내도 되는건가? 간호사들이 케어는 잘 해주는가? 등등 잠을 설치다가, 와이프가 몇 시간후 깼을 때 아무래도 우리가 데리고 있는게 낫지 않겠냐고 말했고 와이프도 동의했다.


그래서 그 때부터 그 다음날 퇴원할 때까지 애기를 계속 데리고 있으면서 몇시간마다 수유를 하고 잠을 재웠다. 기저귀도 간호사가 갈아주었고 수유도 간호사가 도와주었다. 이상하게 우리가 하면 잘 안먹으려 들었는데 간호사가 도와주면 바로 젖을 물었다. 와이프는 수유 사이 시간에는 계속 잠을 잤는데 나는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았다. 아기가 귀여워 미칠 것만 같았고, 피곤함이 너무나 심해서 오히려 잠이 오질 않았다. 무엇보다도, 아기가 가끔 켁켁거리는데 혹시나 기도가 막히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내 침대 옆에 아기 크립을 끌어다 놓고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서 계속 구경만 했다. 


결국은 거의 60시간동안 총 3~4시간만 자고 퇴원 수속을 밟았다. 다행히 장모님이 안전 운전을 잘 하시는 분이라 운전을 맡길 수 있었다. 집에 오니 정말 기분이 이상했다. 이젠 세 식구가 되었구나. 뭔가 정말 기분이 이상했다. 무엇을 해야할지도 몰랐는데, 그래도 산후 조리사분이 미리 와 계셔서 우리를 맞아주어서 다행이었다. 처음 며칠간은 진짜 산후 조리사분이 계신 것이 그렇게 큰 위안이 될 수가 없었다. 이제 열흘 정도 지나니 와이프도 수유에 익숙해지고 나도 포뮬라 먹이는 것이나 트림시키는 것이나 기저귀가는 것에 상당히 익숙해졌다. 하지만 처음 며칠은 어떻게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애기를 떨어뜨리면 어쩌지부터해서 자다가 기도가 막히면 어쩌지, 팔랑거리는 이불이 있으면 그것 때문에 숨막히면 어쩌지하면서, 애기가 자는 동안 자둬야하는데 계속해서 잠을 설쳤다.


그래도 아기는 매우 건강하고 순하다.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예쁘다더니 나도 예뻐 미치겠다. 정말 내 눈에만 이리도 이쁜가 싶다. 지인들한테 하도 자랑을 해서 아마 꼴보기 싫지 않을까 싶다. 자식 자랑은 돈 내고 해야한다던데... 


순한 이유는 그래도 예정일을 지나서 나와서이지 않을까 싶다. 일찍 낳을수록 오감이 예민한 상황에서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많이 울고 예민하다고 하다. 거의 41주차가 되서 나왔는데, 당시에 월경이 늦었으므로 수정일을 정확히 되짚어보면 거의 42주차에 출산한 것이나 다름없다. 어찌되었든 아기가 평소에 울지도 않고, 딱 오줌싸거나 배고플 때 두 가지 경우에만 우는데, 울기 전에 울먹울먹을 꽤 오래동안 하다가, 그래도 내가 안 해주면 응애응애 조그맣게 울고, 그래도 안해주면 자지러지게 운다. 이유없이 울지 않으니 그래도 아직까진 수월하긴 한데, 아기들은 열 번 바뀐다하니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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