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21]육아의 어려움

2018.10.22 10:24

최한철 조회 수:69

회사에서 2019년 복지 혜택을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왔는데, Day Care FSA를 정해야 한다. Day Care FSA는 탁아소에 지출하는 경비를 미리 지정하면 최대 5000달러까지 면세 혜택을 주는 혜택이다. 주위를 보니 이르게는 6주차부터 데이케어에 아기를 보내는 집도 있어서, 아린이도 내년에 데이케어를 보내야할지 말아야할지에 대해 판단을 해야 했다. 


블로그나 여러 책들을 찾아보니 그저 장단점을 일반론적으로 나열해 놓은 것뿐이라 논문을 살펴 보았다. "Children's elevated cortisol levels at daycare: A review and meta-analysis"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885200606000421) 를 비롯한 논문들에 따르면, 

  1. 사회성 함양 등의 장점을 누리기 위해서는 최소 12개월을 지나서 데이케어에 보내야 하며,
  2. 최소 36개월이 되기 전에는 전일반을 보내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아기에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증가하는데, 이는 지능발달에 좋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조사를 토대로 아린이는 돌이 지나서 보고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반일반으로 보내보기로 했다. 

요즘 와이프가 육아로 많이 힘들어 해서, 내가 조금 더 열심히 참여하려고 하고 있다. 젖병 소독도 하고 아기 빨래도 돌리고 청소기도 돌리고 그러는데, 모유를 잘 먹여야겠다는 욕심이 많은 와이프는 3시간마다 깨는 것을 24시간 주기로 두달 이상하니 스트레스가 심한 듯 하다. 아기들은 엄마의 감정을 민감하게 느끼기 때문에 차라리 분유를 섞어 먹이더라도 와이프가 푹 쉬는 것이 좋다고 해도,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육아책을 두루 읽으려고 하는데, 꼭 맞는 책을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닌 듯 하다. 육아란 것이 너무나도 강렬한 경험이기 때문에, 어떤 책들은 본인의 육아 경험기로 지나친 일반화를 하는 케이스도 있고, 많은 책들이 과학적, 실증적 근거 없이 어물쩡 납득되도록 적어 놓았다. 최악의 케이스들은 아예 과학적 연구들과 상반되는 비과학적인, 해가 되는 이야기들을 실어 놓기도 했다. 임신 기간을 예로 들면, 임신 초기에는 배아가 청각이 발달하지 않을뿐더러 자극이 없이 평온한 상태에서 세포분열을 해야하는데, '프레가폰'이라고 꼬깔 모양의 확성기로 배에다 대고 말을 하라는 책이 있질 않나, 작은 북을 만들어 리듬을 알려주라는 책이 있질 않나, 한심한 비과학적 이야기들을 조금이라도 포함한 책들이 70% 이상을 이루는 것 같다. 

그 반면, 지나치게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실용적이지 못한 책들도 있다. 어떤 책은 육아책이라기보다는 해부학 책처럼 육아의 뇌발달사를 나열해 놓았으면서 부모가 할 수 있는 역할이나 행동에 대해서는 한 챕터로 끝내버리는 책도 있고, 여러 논문들을 종합한 결과 작은 양의 알콜은 태아의 지능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는 근거가 없으니 와인 반잔은 마셔도 된다는 책도 있다. 과학자를 표방하고 논문을 통한 실증적 접근을 강조하면서, 귀무가설을 기각할 수 없는 것과 귀무가설을 정론으로 받아들이는 것의 차이를 간과해버리는 경솔함을 저지른다. 

또 한편으로, 육아는 강렬한 경험이기에 적은 육아 경험으로 지나친 일반화를 하는 것도 자제해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험도 아예 무시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은 아니다. 육아란 어떤 정해진 최적의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부모와 환경에 따라 최적의 방법이 변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최적으로 밝혀진 연구 결과라도 내 아기를 면밀히 관찰하는 세심함이 있어야 그런 연구를 잘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요약하면 육아를 잘하기란 육체적으로도 어렵지만 정신적으로도 어렵고 이론적으로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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